용산역에서 호남선 KTX에 몸을 싣고 약 두 시간여를 달리면 나주역에 닿는다.
호남KTX가 운행되면서 용산역에서 나주역까지 4시간이 넘도록 걸리던 이동시간이 절반도 채 안되는 2시간으로 줄었다.
지난 달 23일~24일 1박2일간 코레일에서 주최한 남도 기차여행을 위해 기차에 몸을 실었다. 나주역에서 버스로 30분여를 달리니 고려청자의 도시 강진에 닿았다.

|
전라도의 풍족한 음식 문화는 예부터 풍족한 식재료에서 기인한다. 한 상 가득 육해공의 음식이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차려진다. |
멋으로 흐르는 강진
전라도의 음식문화는 푸짐함 그 자체다.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차려진 한정식 한 상은 한 접시를 비우기가 무섭게 계속해서 새로운 음식들로 채워진다. 정연희 해설사는 “전라도는 예부터 잔칫집에서 홍어가 필수”라며 돼지고기 수육과 홍어를 3년된 묵은지에 감아 먹는 맛은 처음엔 거부감이 들어도 그 깊은 맛에 홀딱 반하게 된다고 말했다.

|
‘모란이 피기까지는(중략)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김영랑 시인의 아버지가 심은 모란을 모티브로 지었다는 시처럼 모란은 1년에 약 5일정도 피어난다.
|
부른 배를 채우고 우리는 ‘모란이 피기까지는’의 시인 김영랑 생가로 향했다. 가는 길목 내내 피어있는 모란은 탐스러움 그 자체였다. 김영랑 생가는 현재 본채와 사랑채, 그리고 문간채 등 3동만 남아있고, 주변에는 모란밭이 있다. 모란은 매년 새순이 나는 곳에서 꽃이 피고 360여일을 기다려야 볼 수 있는 귀한 꽃이다. 마치 우리가 올 것을 알았던 듯 모란이 가득 피어 있었다.
모란에 이어 흐드러지게 피어난 동백이 가득한 백련사는 발 아래 보이는 강진만이 일품이다. 국내 최대의 동백군림이 있고, 옆에는 다산의 유배지인 다산초당이 가까이 있다. 미국 텍사스주에서 왔다는 한 외국인 관광객은 “엄마가 한국분이어서 가족끼리 한국여행을 왔어요.”라고 말했다. 서울에 있는 조계사만 가봤다는 그녀는 이 곳의 절은 조용한 느낌이 좋다고 말했다.

|
백련사와 다산초당. 강진만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한 두 곳은 묘하게 닮아있다. |
 |
백련사에서 다산초당으로 가는 길목은 붉은 동백으로 가득 채워져 지나가는 이들의 발길을 잡는다. |
새가 꽃을 따먹어 꽃이 통째로 떨어진다는 동백꽃들이 가득한 길을 따라 가면 강진만이 한눈에 보이는 다산초당에 닿는다. 차를 즐기던 다산 정약용 선생의 특징처럼 다산초당에 가는 길목엔 야생 차나무가 심어져있다. 야생 녹차는 영양분이 적어 뿌리가 깊이나고 그로인해 깊은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지친 몸을 한잎의 찻잎으로 추스르고 한바퀴 거닐어보니 아름다운 유채꽃이 만발한 ‘다산박물관’이 나온다. 치맛폭에 써보낸 편지와 그의 저서들이 전시된 전시관에서 한숨 고른 뒤 다시 우리는 가우도로 향했다.

|
강진과 가우도를 이어주는 출렁다리. 흔들리진 않지만 넘실대는 파도와 어우러져 마치 흔들리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지어진 이름이다. |
가우도는 강진군의 유일한 유인도로, 현재 섬 안에는 14가구가 살고있다. 섬도 아름답지만 특히 가우도 출렁다리가 인상적이었다. 다리 위를 걸을 때 주변 바다를 내려다보면 물결이 출렁이는 모양이 마치 걷는 사람이 출렁거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다리가 놓이기 전에는 섬 주민들의 배로만 이동이 가능했다던 이곳은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매혹적이었다. 출렁다리 위에서 만난 프랑스 여행객들은 “한국에 세 번을 방문했지만 그 때마다 강진을 찾았다.”며 “특히 이 다리가 가장 아름답다.”고 말했다.
강진군 대구면 일대는 9세기에서 14세기까지 고려청자를 제작했던 지역으로, 우리나라 청자의 변화과정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청자의 보고다. 1963년 국가사적 제68호로 지정됐다. 청자박물관 입구에는 청자 조각을 활용한 정자가 있고, 박물관 주변에 고려청자를 재현하는 작업장이 세워져 우리나라 청자의 과거 및 현재를 볼 수 있다. 코리아넷의 이승아 기자는 “강진은 역사관광지 같아요. 작은 동네로 생각했는데 참 많은 것이 담긴 동네라서 좋아요.”라고 말했다.
마량항의 지는 노을을 바라보면서 저녁을 먹고 주작산 휴양림에서 강진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했다. 주작산 자연휴양림은 전남 강진군에서 운영하는 군립자연휴양림으로 한옥느낌이 물씬 나는 이곳은 연인, 신혼부부들이 봉황의 기를 체험할 수 있고, 계절별 서로 다른 얼굴의 등산로로 유명하다.
맛으로 즐기는 나주
이튿날, 아름다운 주작산의 풍경을 바라보며 우리는 강진에서 나주로 향했다. 강진은 역사관광지라면 나주는 미식관광지라고 이름을 붙이고 싶다. 나주 하면 배만 생각했는데 먹거리가 정말 많은 곳이었다.

|
장뚱어탕은 갯벌에 사는 장뚱어를 잡아 갈아서 만든 탕이다. 비린맛이 없어 참 구수한 맛이 일품이었다. |
아침으로 장뚱어탕으로 시작한 나주투어. 이름조차 생소한 장뚱어는 갯벌에 사는 장뚱어를 하나하나 낚시줄을 던져 잡는 방식으로 잡는다. 자웅동체라 비린내가 없어 제철에는 탕이 아니라 찜으로도 먹는다고 한다.
장뚱어탕으로 아침을 든든히 채우고 14만㎡의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나주 영상테마파크를 방문했다. 이곳에서 촬영한 드라마 및 영화에 출연했던 주연 배우의 핸드 프린팅과 출연사진을 배너로 표현한 ‘스타거리’가 눈에 들어온다.
특히, 주몽 촬영지로 유명한 이곳엔 곳곳에 체험할 수 있는 곳들이 많았다. 김민재(8) 군은 “친구들과 소풍왔는데 북도 쳐보고 주몽도 되어보고 재미있어요.”라며 마치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
나주곰탕은 맑은 국으로 유명하다. 배가 부른 상태에서도 잘 익은 깍두기를 얹은 국밥은 계속 술술 넘어갔다. |
다시 우리는 금강산도 식후경 나주의 별미 나주곰탕을 맛봤다. 약 20년 전에 나주의 5일장에서 상인과 서민들을 위한 국밥요리가 등장했으며, 이것이 오늘날의 나주곰탕으로 이어지고 있다. 나주곰탕은 다른 지역의 곰탕과 다르게 국물이 맑은 것이 특징이다.
산림자원연구소의 메타세콰이어길은 예전에는 일반인에게 개방을 하지 않았지만 최근 무료로 개방,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나주 도래마을과 5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은 코스다.
‘도래마을 옛집’은 오래된 전통마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전남 나주 도래마을에 위치해 있으며, 국가지정 문화재인 홍기응, 홍기헌 가옥과 이웃해 있다. 도래마을 옛집은 1936년에 지어진 집으로 근대 한옥의 특징이 잘 반영되어 있어 보전가치가 크다. 최근에는 한옥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조선시대 영산강을 오르내리던 황포돛배를 타고 옛 정취를 느껴볼 수 있다. 황포돛배는 면포에 황토물을 들인 기폭을 달고 끊임없이 영산강을 누볐다. 흑산도, 영산도, 칠산도 등을 거쳐 영산포까지 홍어를 비롯해 소금, 미역, 곡물 등을 싣고 날랐다.
황포돛배 체험은 영산강 유역의 다야뜰에서 중천포 주몽 드라마 세트장까지 왕복 6㎞를 운항한다. 시간은 30~40분 소요되며 매주 월요일 휴무이다.
마지막으로 영산강을 바라보며 먹는 홍어로 1박2일의 일정이 모두 마무리됐다. 흑산도에서 영산강을 통해 나주까지 오다보니 생선이 삭혀져, 버리기 아까워 먹어보게 된 것이 삭힌 홍어의 시작이라고 한다.
나주의 홍어는 전통옹기에 넣어 발효시키는 방법으로 유명하다. 항아리에 잘 다듬은 홍어를 넣고 짚으로 켜켜이 쌓아 발효시키는데 식당 입구에서부터 암모니아 특유의 콤콤한 향이 코를 찌른다. 암모니아가 발생하는 발효기간 동안 딱딱한 홍어를 부드럽게 만들어주고, 알칼리성이 강해져 건강에도 좋은 음식이 된다.

|
나주의 홍어는 전통옹기 발효로 삭혀진다. 삭힌 홍어로 만들어진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부위별로 삭힌 정도가 달라 맛도 다 다르다. |
한편, 호남선 KTX를 타고 나주역에서 나주시와 강진군으로 가는 시티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나주시는 ‘나주로 마실가자’ 시티투어를 4월 25일부터 9월 12일까지 매주 토요일 1회 운영된다. 순환버스가 오전 10시에 빛가람혁신도시를 출발해 KTX 나주역을 거쳐 오후 7시까지 운행된다. 이용요금은 버스 탑승료 1만 원(황포돛배 승선료 5천 원 포함)으로, 읍성권 투어 및 천연염색박물관, 국립나주박물관 입장료는 무료이며, 천연염색 체험료(5천원)와 식비 등은 개인 부담이다.